2009년 9월 28일 월요일

진실은 힘들지만, 에이스 침대보다 편합니다.



 예전에 제가 막 취업해서 처음으로 받은 월급으로 친구들에게 술을 쏜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그래도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직장에 취업했기에 내심 자랑하고픈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생각에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했었죠. "내 월급은 300만원이 넘는다" 라고요.

 

 월급에 대한 개념이 얼마 없던 나이인지라 300만원이라 그래도 그 사실을 믿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만, 그 중에 한 녀석이 의심을 품었는지 저에게 물었습니다.

 

"월급 명세서 가져와봐"

 

 그 순간 얼굴이 빨개지고 창피해져 순순히 고백했고, 친구들이었기에 잘 이해해 줘서 덕분에 그것을 안주 삼아 재미있게 술을 마셨습니다만,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창피했을까 생각해보면 지금도 얼굴이 빨개지곤 합니다.

 

 제 입으로 자랑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저는 나름대로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편이라 자부합니다. 삼국지를 하다가 삼국지를 펼쳐 읽은 적도 많고 지하철 갈 때 책을 읽는 것 외엔 따로 하는 것도 없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별명이 만물박사였습니다. 우주와 물리학을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화이트, 블랙홀의 존재를 알려주다 보면 저도 모르게 물리학 박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스스로 남들 보다 잘난 것 같은 희열을 느꼈고 또 그렇게 이것저것 알다 보면 상상력이 많아지고 그것을 실제처럼 말하는 능력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커서는 가끔 그 희열을 저도 모르게 거짓말로서 느끼는 경우가 조금씩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하지도 않았던 일들을 마치 제가 한 것처럼 말한다던가, 없었던 일들을 있었던 일처럼 꾸며서 말한다던가 하는 것들이 조금씩 많아지면서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덕분에 저 스스로는 굉장히 부풀려져서 평가를 받는 등 했지만 그만큼 죄책감이라던 지, 언제 걸릴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려 살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이 부질없다 느껴서 이제는 그러지 않는 편이지만, (대부분 사실대로 이실직고 했고, 아직 하는 중입니다 ^^;) 가끔씩 보면 저 같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몇 일전에도 제 친구가 월급을 부풀려 말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월급 명세서를 통해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케이스를 보며, 저는 저런 일을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 녀석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 그냥 제 경우를 살짝 말해주고 다신 그러지 마라 그러고 타이르고 말았죠.

 

 가끔 기획이란 업무를 하다 보면 제가 만들었던 것에 대해서 있지도 않은 타당성을 만들기 위해 말을 부풀리거나, 그 순간을 벋어나기 위해 입증되지 않는 자료를 말하기도 하고, 사업 계획을 하다 보면 있지도 않은 자료를 마치 있는 것처럼 꾸며서 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있지도 않는 통계자료 등을 만든다던가, 수요 분포 등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요.

 

 사실 그런 것들의 대부분은 밝혀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정말 찾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일단 사람들은 귀찮아서 그런 것들을 따로 조사해보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인간적으로 신뢰하면 따로 그런 것들을 캐거나 하지 않지요. 하지만 그런, 거짓에 의거한 정보로 기획을 하는 것은 나중에 인간 적인 관계도 망칠 뿐 더러 공적으로도 큰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저는 회의를 하다가 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수긍하고 맙니다. , 정말 제가 생각하고 유념했던 부분에 대해서만 따로 부연 설명을 하거나 회의 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곤 하죠. 그러다 보면 원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 결국 더 좋은 서비스로 발전할 때도 있고. 무엇보다 끝난 뒤에 저 스스로의 마음이 참 편하기도 합니다. 거짓이 없으니 뭐 걸린다던가, 그런 것에 대한 불안감이 없으니 그렇겠지요.

 

 몇 일전에 아는 분의 사업 계획서를 검토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Fact를 중요하게 여기고 요즘 든 이런 거짓말을 하지 말자 라는 생각에 사업계획서에 들어있던 모든 도표가 진짜인지 검색을 해 보았고 그 중 대부분이 거짓된 정보라는 것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러자 그 분께서 뭐 그런 것을 신경 쓰느냐, 하고 반문하셨고 저는 그냥 따로 설득까진 안하고 그렇습니까. 하고 넘겼지만. 제 사업계획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더군요.

 

- 사업계획서에 거짓이 있어야 하냐 없어야 하냐, 자료가 무조건 신뢰가 있어야 하냐 없어야 하냐에 대한 내용을 본문의 내용과 상관없으므로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

 

 

 반면에 저는 최근에 마음이 가볍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쓸 때도 없는 자료는 인용하지 않고, 사실이 아닌 내용은 적지 않습니다. (과장은 ...... 안 할 수는 없고 아주 조금만 합니다 ^^;) 그러다 보니 어디 제출할 때 당당해 질 수 있고 앞에서 발표를 할 때도 찜찜함이 남아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그 분에게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이것입니다.

 

"진실은 마주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난 다면, 에이스 침대보다 편할 때가 많습니다"

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