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6일 화요일

벤처에 수익모델을 논하지 마라.


 제가 벤처를 운영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다름 아닌 "수익모델이 뭐냐?", "뭐로 먹고 살꺼냐" 입니다. 이런 질문들은 이제 익숙해져서 나름 잘 대답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자면 제가 지금까지 수익모델이라고 말했던 것의 70%는


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하나 말씀드리자면 이런 질문은 굉장히 '무의미'합니다. 물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주제이긴 합니다만, 신생벤처에게 저런 수익모델이란 말은 굉장히 가깝고도 먼 그런 단어 일테지요.

너무도 다른 한국과 미국
 예전에 컨퍼런스 참여 때문에 뉴욕에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 11월 경에 다녀왔었는데 이 때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무엇인고. 하면 미국에서 IT는 하나의 '수익모델'을 찾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닌, 하나의 '삶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수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실제로 한국에 트위터가 처음 소개가 되었을 때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트위터의 수익모델에 대해서 논하고 그것이 없다고 판명이 되자 사실 그리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기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즉,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많은 스펙트럼이 발생하고 있지만, 결국은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에 무너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을 했었죠. 저 역시 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미투데이도 망할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트위터는 아주 크게 예상을 뒤엎고 성공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트위터는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서 '돈이 없어'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투데이는 지금 NHN에 인수가 되어 최근 회원 수 100만 명을 넘어가는 등 잘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수익모델을 말하고 있었던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바로 '실시간 검색'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고,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지난번에 한국에 지진이 났을 때 미투데이에서는 기사가 나오기도 전에 어디서 진동을 느꼈는지, 진원지가 어딘지 실시간으로 사람들 끼리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저는 그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웹의 시작기, 한국이 더 빨랐다.
 우리나라는 웹의 초반부에 많은 선도적인 서비스를 많이 내었고 또 성공했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싸이월드와 같은 SNS는 세계에서 거의 시초 급의 SNS 서비스입니다. 또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사이버 머니 수익을 올리고 있지요. 실제로 싸이월드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에 관련해서 해외에서는 논문도 여러 편 나왔습니다.

또한, 네이버의 지식인 또한 세계에서 거의 가장 먼저 나온 집단지성을 이용한 참여와 공유를 잘 이용한 흔히 말하는 'Web 2.0' 스러운 서비스이고 사실 web 2.0 이라는 키워드는 네이버에서 나와야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발달한 서비스입니다.


점점 뒤쳐지고 있는 한국의 웹 서비스
 하지만, 지금에 들어서 계속해서 수익만 바라보고 서비스를 런칭했던 싸이월드는 점점 침몰하고 있고 API 등을 공개하여 상생 및 유저의 가치에 집중했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지금도 승승장구 하고 있어 페이스북은 구글을 위협하고 있고 트위터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딜리셔스, 링크드인, 플릭커 같은 혁신 적인 서비스는 이제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왜 초반부의 우리나라의 모습은 지금 사라지고 해외에서 더 의미 있는 서비스가 나오는 것일까요. 저는 그 이유를 하나의 가치의 발견의 차이에서 발생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어떠한 웹 서비스가 나왔을 때 그것을 단순히 돈벌이의 수단에서 벋어나 이게 사회에 얼마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이 서비스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 후속 서비스로 무엇이 나와야 할지 생각할 수 있고 그 서비스로 인해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는 더욱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매스가 커지게 됩니다.

한국 사람들은 뭔가 잘못알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돈을 소비하기 위해 웹을 접속하는게 아니라, 가치를 얻기 위해 웹에 접속합니다. 이 사이트의 수익모델을 보고 돈을 쓸만해서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이트가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수익모델이 존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가 사용자들에게 알려지고, 의미가 있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라는 책을 보게 되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지만, 바퀴 조차도 처음 사용자에게는 '소가 아닌 다른 이상한 제품'에 불과했었습니다.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팔려나가는 순간은 바퀴가 제작된 그 후의 이야기였지요. 그들은 그래서, 바퀴를 돈을 주고 판매한 것이 아니라, 꿈이나 이상을 주고 판매를 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도 그 후의 몇 년이 지나서 였습니다.

즉 뭐든지 처음에는 수익모델보다는 웹 서비스가 가지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기간은 깁니다. 짧지 않습니다. 그 긴 시간을 버티는 힘은 분명 돈이지만,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web 2.0 벤처에 수익모델 없어요
 아직도 국내에서는 너무 수익모델만 찾는 경향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벤처하나 생겼다 하면 가장 먼저 논하는 것이 수익모델입니다.

"너희는 수익모델이 어떻게 되니" 진짜 한 100만 번은 들은 것 같군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Web 2.0 이라는 깃발을 가지고 성공한 사이트 중에 해외를 통틀어서 광고 외의 수익모델인 사이트는 거의 없습니다. 링크나우를 예를 드시는 분이 있는데... 링크나우... 솔직히 엄청난 매출이 발생했나요? (폄하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리고 SI나 홈페이지 제작 등은 논외로 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서비스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외에는 대부분 매스를 기반으로한 광고로 살아남고 있지요. 그리고 진짜 수익모델을 생각한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돈을 벌고 싶으면 성인 비디오나 성인 물품을 팔아봐라" 즉 웹하드, 쇼핑몰 누가 모르겠습니까?

 사실 벤처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돈을 벌까 궁리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 서비스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에 포커스를 맞추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을 비즈니스로 만드는 일은 충분히 해당 사이트의 철학이 세워졌을 때 수익모델을 찾고, 발굴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들은 수익모델과 웹사이트의 철학은 닭과 계란과 같다고 말합니다. 어느 것이 먼저냐 할 수 없다고 하지요. 하지만 제 생각엔 단연코 뭐가 우선이냐를 따진다면 철학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서 말씀드리자면 web 2.0, 참여, 공유, 개방 뭐 이런 키워드는 가지고 있는 사이트 치고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사이트는 정말 손가락에 꼽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런 악순환때문입니다.

 수익모델을 묻습니다. 결과는 뻔합니다. 광고, 사이버 머니, 커미션 뭐 대충 이런 것들입니다.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투자는 물건너 갑니다. (그것이 소액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벤처는 정말 좋은 철학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망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철학을 묻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 철학을 공유합니다. 매료되는 사람들이 응원하고 이용해 줍니다. 소액투자를 조금 씩 여러번 받습니다. (혹은 사무실 및 집기 지원) 그렇게 성장해 나갑니다.

부디 제발, 수익모델은 그만 물어봐 주세요.

수익모델이 뭐니 그러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제 그런 질문에 지쳐서 "없어요." 라고 솔직히 말하지만 사실 그것도 참 고역입니다.

이젠 제발 다른 것을 물어봐 주세요.

"너희 사이트가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뭐냐?"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 질문 ㅠ

댓글 11개:

  1. 글 잘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web 2.0에서 혁신적인 수익모델이라 불렸던 부분든은 , 어찌보면 사실 혁신적인 마케팅 모델이었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객과 가치를 쫓으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엔 적극 공감합니다. 미국이 어떤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가치보다는 당장의 수익모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이런 문화의 차이가 좋은 벤쳐들이 자라나는 것을 막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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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벤처 창업 어디서 할까?
    요즘 주변에서 창업한다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벤처를 하다보니 창업자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2~3년 전에 비해 벤처 창업 열기는 달아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일년 간의 창업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 부끄럽지만 벤쳐삽질기를 올려봅니다. 첫 삽질기는 최근에 사무실을 새로 옮기기도 했고 해서, 창업 공간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랍니다. 참고로 제가 경험한 공간은 아래 3가지 유형입니다. 아직 대로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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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태야의 생각
    벤처에 수익모델을 논하지마라. 일하면서.. 횽아를 설득하기 위해 수익을 운운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그게 스스로를 가두는 올가미가 될 수도있다. 어제 이사님이 해주신 말씀하고도.. 맥락이 같은 이야기인것 같네…. 언제쯤 시야가 확확 더 넓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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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LuCiDuM - 2010/03/16 05:47
    가끔은 오히려 슬퍼지기도 합니다 ㅠㅠ

    댓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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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일반 소비자나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모델이 생각나는것이지만,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꽤나 곤욕스런 질문이긴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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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띠용 - 2010/03/16 20:07
    ㅎㅎ 그래도 이제 적응이 좀 되어서요 ㅋㅋ 괜찮습니다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 오래간만 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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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수익모델이 뭐냐?"

    사업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묻는 사회적 가치가 되어 버린 것 같군요, 한국에선요.. 삶의 가치가 돈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결국 같은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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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베타 - 2010/03/17 01:47
    우힛 오래간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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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감동받았어요.ㅎ 트위터로 바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있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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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글쎄요... 15년 전 미국을 얘기하시는것 같은 느낌이네요... 버블 터지기 전 말이요 ㅋ 요즘은 어디나 가도 수익모델을 많이 집착하는것 같아요 ㅠㅠ 미국 VC 들도 살발한 분들 많이 계시는것 같아요 ㅋ



    너무나 아름답게 사회를 위해서 움직이는 분들도 있긴 있겠지만 결국 monetize 가 안된다면 스타트업들이 살아 남기 힘든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조심스레 언급합니다...



    단지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은 자본을 가지신 분들이 약간 더... risk averse 이란 생각이 드네요... 좀 심하게 얘기하면 투자했다가 돈 잃으면 사기 당했다는 것 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ㅋ



    아무튼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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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글 보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새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투자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역시 수익모델로밖에 설득할 수 없나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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