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5일 수요일

내가 웹 디자인을 그만 둔 결정적인 이유

 

 

 저를 개인 적으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원래 웹 디자인도 했었습니다. 컴퓨터에 관련된 가장 먼저 성립되었던 제 꿈은 프로그래머였습니다. 창세기전을 통해 "나도 이런 게임을 만들고 말 테야!" 하는 어린 마음에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되었었죠. 처음에 C를 다뤘는데 이게 너무 어려워서 조금씩 손을 놓고 있다가 HTML PHP를 통해 다시 프로그래밍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그때 당시 저희 쪽 회사의 웹 디자이너가 그리 실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화가를 지망하고 있었던 누나의 영향으로 배워두었던 포토샵을 이용해서 스킨을 만들고 하다가 웹 디자인이라는 영역에 빠져들게 되었죠. 그래서 웹 디자인을 병행하게 되었었습니다. 웹 디자인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나 레이아웃을 만드는 것에 큰 재미를 느꼈었죠. (이때부터 구조에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에겐 가장 큰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색감이었습니다. 제가 선천적인지 아니면 후천적인지 색감이 좋질 않습니다. 옛날에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시험을 봤는데 (비슷한 색들을 배열해 놓고 다시 재배치하는 시험) 100점 만점에 30점을 받아서 충격에 휩싸인 적도 있었죠.

 

 이 약점을 보완해 보려고 저도 다분히 노력을 했습니다. 나름대로 컬러리스트 자격증도 준비해보았고 뭐 이것저것 해봤지만 영 늘질 않더군요. 원래 색은 검은색과 흰색만 좋아하다 보니 다른 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도 했고 영 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장님도 처음엔 그래 하시더니 결국은 엄청 혼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었죠. 그래서 결국 아씨! 웹 디자인 안 해! 안 하면 되잖아! 하고 잠시 방황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제 제가 회사에서 잠깐 포지셔닝을 바꿔서 활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잠깐 다른 길로 샜었던 때인데 이때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죠. 바로 영업이라는 거였는데요. 이게 참.. 진짜 제 인생을 흔들었던 사건이였던거 같습니다. 물론, 제가 혼자 뛰진 않고 제 사수가 있고 저는 옆에서 배우는 역할이었지만 옆에서 귀동냥으로 이것 저것 보다가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바라는 건가 라는 관점에서 사이트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창피하지만 저는 그 전까지는 사실 제 관점에서만 홈페이지를 생각했거든요. 제가 예쁘게 만드는 게 남들에게도 예쁠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요.

 

그때 이제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100%는 아닙니다. 지금도 100%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그때의 경험이 조금 시야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이 크게 작용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부터 다시 필드로 돌아와 기획이라는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뭐 사실 그다지 재미있거나 유쾌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때로는 전혀 다른 일이 가끔 그 사람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입니다. 사실 저는 원래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부 터 기획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항상 사이트를 만들기 전에 큰 그림을 만들면서 하는데 이게 그때 저는 몰랐는데 공부하다 보니 기획자가 하는 일이랑 많이 비슷해서 이런 사고가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뭐 아무튼 그래서 제가 기획자로 전향하게 될 수 있었던 큰 계기는 물론, 그때 당시에 기획자 분이 나가서 어부지리로 잠시 땜 빵으로 (당시 저희 회사에는 기획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질 않아서 별로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지 않았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하면서 한 것도 있었지만 영업이라는 것을 하면서 제가 정말 기획을 하겠노라 다짐하게 된 계기가 되었었죠.

 

 최근에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하려고 합니다. 물론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것이겠죠. 하지만 한 번쯤은 자신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성 친구도 헤어져 봐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되지 않습니까? ^^;; 때로는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떠나 다른 일을 해보는 게 오히려 자기가 진짜 뭘 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계기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는데, 이래저래 지금 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유저 리서치를 보면 너무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 일변도로 나가는 모습만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고 당연하다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 포샵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 프리로 다른 사람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그러지만, 결국 부업일 뿐이고 전 역시 기획자 체질인 것 같습니다. :)

아니면 혹시 저도 아직 남아있는 다른 길이 있을지 내심 기대되기도 합니다.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직업이 6개 정도 변한다고 하는데 저는 지금 아직 별로 없네요. 앞으로 저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며 과연 어떤 계기로 또다시 그것에 눈뜰 날이 올까 궁금해 집니다. ^^

 

 

 

 

댓글 6개:

  1. trackback from: 라디오스타의 생각
    내가 웹 디자인을 그만 둔 결정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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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살짜쿵 공감이 가네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제일이지만..가끔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에서도 무언가 느낌이 팍팍 왔으면 정말 좋겠다..싶을 때가 있어요^^* 주절거리고 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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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디자인이나 프로그램을 해본 경험이 기획을 하시는데 아주 많이 도움이 되었을 걸로 생각됩니다. 저도 일하면서 직군을 바꾼 케이스라.. 생각해 보면 기획만 처음부터 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디테일하게 작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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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도 웹디자인을 했었다가 그만뒀다 또 다시했다가 다른거 했다가 지금은 아예 그 판을 떠나긴 했어요;;



    다시 돌아갈 지 아님 이번 기회에 아예 직업을 확 바꿀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봐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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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디자인 분야는 제 생각이지만 미적 센스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고등학교까지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디자인쪽 공부를 했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디자인 감각이 떨어지는 저를 보고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전공을 바꾼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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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rackback from: 만박의 생각
    라디오스타님에게 친신 고고싱. 한때는 웹디자인도 했다가, 지금은 20대 벤처 창업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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